남들은 다 당연하게 하면서 사는 일을 한 번 하는 것에 이렇게 에너지를 쓰다니.
그동안 속으로만 생각해오던 생각을 머리에서 꺼내서 실행하고 만나고 이야기하고 앞으로를 계획하는, 너무나도 사회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마치고 나니 뭔가 스스로가 대견해서 칭찬해주고 싶은 마음.
이게 뭐라고 오늘 GI씨 만나서 이야기 하기 전에 어떤 이야기부터 어떻게 꺼낼지를 시뮬레이션까지 했다. 무례하고 싶지 않고, 생각과 의도를 정확히 전달하고 싶은 마음에. 잘 이야기를 하고 다음 단계를 계획하고 돌아오니 뭔가를 이미 해낸 것 같아 흥분된다. 40대 중반에 이렇게 사회성이 없어서야. (이렇게 말하면 주변 친구들은 무슨 말을 하는거냐고 하지만 진짜임)
GI씨와 JY는 부부이고 둘 다 사운드 아티스트로, 각자 작업도 하고 팀으로 작업도 하는데 그들이 결혼하기 전 무대륙 공연장 엔지니어로 일했던 JY와 처음 알게 되고 친해지면서 소식을 듣고 지냈다. 알게 된 지는 벌써 8년 정도이고 그사이 내가 JY의 EP앨범 자켓 사진/디자인을 하면서 둘이 쿵짝쿵짝 재밌게 작업도 하고, JY의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는 빈소도 갔었더랬다. 자주 안만나지만 굵직한 감정들을 몇 번씩 나누고 나니 오랫만에 만나도 친밀함이 아직 남아있다. GI씨에게는 피지컬 컴퓨팅 수업을 제안했는데, 처음에는 조명 아웃풋 위주의 작업만 예로 들었다가 이야기하다 보니 결국 내가 배우고 싶은 것은 단지 조명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 컴퓨팅이었다는 것을 깨닳았다. 내가 제시하는 것은 내가 거기까지 밖에 몰라서이니 더 새로운 세상을 저에게 알려주세요. 지금은 기술이 바뀌어서 사람들이 피지컬 컴퓨팅에 생각보다 관심이 없다며 ‘아련한 기술’라고 칭했다. MZ의 M세대 정도라면 맛보았겠지만 Z세대는 경험해보지 못했을 ‘아련한 테크닉’. 그걸 다시 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 분명 나뿐만은 아닐거라고, 희망적인 대화를 나누며 수업을 기획해보기로 했다. 와 신난다. 벌써 신난다. 너무 재밌겠다. 이렇게 나는 한발짝 추진력 있는 사람의 모습에 다가갔다. (라고 말하면 주변 사람들이, 너 원래 그런데? 라고 하지만 정말 그렇지 않음)